‘두바이 생활비’를 검색하면 답이 극과 극입니다. “생각보다 안 비싸요”라는 글과 “월 2천은 있어야 해요”라는 글이 나란히 뜹니다. 둘 다 거짓말은 아닙니다. 누가, 어떤 구성으로 사느냐에 따라 실제로 그만큼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총액부터 말하고, 그 총액이 어떤 항목으로 쪼개지는지 다 뜯어보겠습니다.
결론 먼저. 혼자 사는 직장인은 월 AED 7,000, 약 290만 원부터 생활이 굴러갑니다. 아이 둘 있는 4인 가족이 괜찮은 동네에서 국제학교 보내며 살려면 월 AED 35,000~50,000, 약 1,400~2,000만 원입니다. 이 격차가 어디서 나오는지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두바이 생활비 전체 그림, 세 가지 시나리오
| 구성 | 월 지출 (AED) | 원화 환산 | 전제 |
|---|---|---|---|
| 1인 직장인 | 7,000~10,000 | 약 290~400만 원 | JVC급 동네 스튜디오~1BR, 자차 1대 |
| 부부 (아이 없음) | 12,000~18,000 | 약 480~720만 원 | 1~2BR, 자차 1대, 외식 주 2~3회 |
| 4인 가족 | 35,000~50,000 | 약 1,400~2,000만 원 | 2~3BR, 국제학교 2명, 자차 1~2대 |
표를 보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1인과 4인의 차이가 5배입니다. 서울이라면 이렇게까지 벌어지지 않습니다. 두바이에서 이 격차를 만드는 범인은 딱 둘, 집과 학교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임대료, 생활비의 절반이 여기서 나갑니다
두바이는 월세가 아니라 연세 개념입니다. 1년치 임대료를 계약할 때 수표 1~4장으로 끊어 내는 방식이 기본이고, 수표 장수가 적을수록(한 번에 낼수록) 가격 협상력이 생깁니다. 목돈이 먼저 나간다는 뜻입니다. 이 계약 구조와 세입자 권리는 월세 글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시세 감각만 잡아드리면, 마리나나 다운타운의 1BR이 연 AED 90,000~130,000, JVC 같은 중간 지대는 연 AED 55,000~75,000 수준입니다. 동네별 자세한 시세는 집값 글과 지역 가이드 시리즈에 정리해뒀습니다.
여기에 광고에 안 나오는 부대비용이 붙습니다.
- 중개수수료: 연 임대료의 5% 안팎, 매년 갱신 때는 없지만 이사하면 또 냅니다
- 보증금: 연 임대료의 5% 수준
- 주거세(Housing Fee): 연 임대료의 5%가 12개월로 쪼개져 전기수도 고지서에 얹혀 나옵니다. 세금 0의 나라에서 만나는 몇 안 되는 ‘사실상 세금’입니다
- DEWA 보증금: 아파트 AED 2,000, 빌라 AED 4,000
그리고 최근 2년 사이 임대료가 20~35% 올랐습니다.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두바이 월세 저렴하다”는 글 상당수가 이 인상 전 숫자입니다.
첫 달에 깨지는 목돈, 정착 비용은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월 생활비와 별개로, 두바이에 처음 자리 잡을 때는 목돈이 한 번에 나갑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략 이렇습니다.
- 임대료 선납분: 수표 1~2장으로 낸다면 연세의 절반~전액이 계약 시점에 나갑니다
- 중개수수료 5% + 보증금 5% + DEWA 보증금
- 학교 입학금과 첫 학기 학비: 입학 등록비는 환불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차 구입 또는 리스 보증금, 가구와 가전(두바이 임대는 빈집 기준이 많습니다)
이걸 다 더하면 4인 가족 기준 이사 첫 두 달에 5,000만 원 이상이 움직이는 게 보통입니다. 월 생활비 계산이 맞아도 이 목돈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시작부터 꼬입니다. 이 돈을 움직일 현지 계좌 만드는 법은 은행 계좌 글에, 떠나기 전 한국 쪽 정리는 한국에서 정리하고 갈 것들에 담아뒀습니다.
학비, 4인 가족 생활비의 정체
두바이에는 외국인이 쓸 수 있는 무상 공교육이 없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국제학교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뜻입니다.
학비 스펙트럼은 넓습니다. 연 AED 25,000~45,000짜리 실속형 학교부터, AED 75,000~120,000이 넘는 프리미엄 학교까지. 여기에 스쿨버스 연 AED 8,000~14,000, 교복과 교재, 입학 등록비까지 더하면 체감 비용은 학비 표보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갑니다. 아이 둘 기준으로 연 2,500~5,000만 원. 이 한 줄이 “두바이는 소득세가 없는데 왜 돈이 안 모이지?”라는 질문의 답입니다.
식비, 로컬로 살면 무난하고 한국식으로 살면 비쌉니다
장보기 자체는 무섭지 않습니다. 부부 기준 월 AED 2,000~3,500이면 마트 장은 충분히 봅니다. 문제는 먹는 방식입니다.
- 저렴한 한 끼(로컬 식당, 푸드코트): AED 30~50
- 괜찮은 레스토랑 2인: AED 250~400
- 한식당 1인: AED 60~100
한국 식재료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라면, 두부, 삼겹살 같은 것들이 한국의 1.5~2배 가격이고, 한인마트가 서울 편의점처럼 가깝지도 않습니다. “한국에서처럼 먹고 살기”가 두바이 생활비를 올리는 조용한 주범 중 하나입니다.
차, 없으면 못 살고 있으면 돈이 듭니다
두바이 힐스 글에서도 말했지만 두바이는 기본적으로 차 없이 못 사는 도시입니다. 메트로가 닿는 동네가 한정적이라, 가족이면 사실상 1~2대가 필수입니다.
- 기름값: 리터당 1,100~1,200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확실히 쌉니다. 두바이 생활비에서 몇 안 되는 ‘한국보다 싼 항목’입니다
- 보험: 연 AED 1,500~3,500, 운전 경력이 짧으면 더 올라갑니다
- 톨비(Salik): 게이트 지날 때마다 AED 4~6, 출퇴근 동선에 따라 월 몇 백 디르함이 됩니다
여름 전기료, 두바이 생활비의 복병
6월부터 9월까지 에어컨을 끄지 못하는 도시라는 건 전기 고지서로 체감됩니다. 가족 단위 주거 기준 DEWA(전기수도)가 월 AED 900~1,800, 여름 고지서는 겨울보다 30~50% 더 나옵니다.
더 조심할 건 칠러비(chiller fee)입니다. 중앙냉방 건물 중에 냉방비가 DEWA와 별도로 청구되는 곳이 있는데, 이걸 모르고 계약하면 여름에 고지서가 두 장 날아옵니다. 계약 전에 “chiller free인지”를 반드시 물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통신비도 한국 감각보다 비쌉니다. 홈 인터넷 월 AED 300~400, 휴대폰 요금 AED 100~200. 품질은 좋은데 가격이 한국의 두 배 감각입니다.
그리고 숨은 연간 지출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름 넉 달이 힘들다 보니 가족 단위 거주자들은 7~8월에 한국이나 유럽으로 나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4인 가족 한국 왕복 항공권이 성수기 기준 600~1,000만 원. 매년은 아니어도 격년으로는 잡아야 하는 돈입니다.
의료보험과 나머지 고정비
두바이는 의료보험 가입이 법적 의무입니다. 취업자는 회사가 본인 보험을 들어주지만, 배우자와 아이들 보험은 본인 부담인 회사가 많습니다. 보장 범위에 따라 1인당 연 AED 5,000~15,000. 4인 가족이면 이것만으로 연 몇 백만 원이 조용히 나갑니다.
반대로 싼 것도 있습니다. 시간제 가사도우미가 시간당 AED 35~45라, 주 1~2회 청소 도움을 받는 게 서울보다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두바이 거주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생활의 질’ 지출입니다.
그래서 서울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비싼가
항목별로 갈립니다.
- 두바이가 비싼 것: 임대료(핵심 지역 기준), 학비, 통신비, 외식, 가족 의료보험
- 두바이가 싼 것: 기름값, 가사 서비스, 그리고 세금
마지막 항목이 이 비교의 전부를 바꿉니다. 정확히 하자면 두바이에도 부가세 5%는 있습니다. 다만 한국의 10%보다 낮고, 소득세 0, 양도세 0이라는 큰 그림은 그대로입니다. 이 조건은 소득이 클수록 생활비 차이를 다 덮고도 남습니다. 반대로 월급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아낀 세금이 임대료와 학비로 그대로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이민 현실 글에서 말한 “12~18개월 만에 돌아가는 사람들”의 공통점 1번이 생활비 과소평가였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월급이 얼마면 이 계산이 맞는지는 두바이 취업 현실 글에 직군별 월급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두바이에 오래 머물 계획이라면 집을 사서 10년 비자를 받는 길도 있습니다. AED 200만 이상 부동산이 기준이며, 조건과 금액은 두바이 골든비자 조건 글에 정리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두바이 생활비는 ‘비싸다/싸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내 소득 구조에서 계산이 맞느냐의 문제입니다. 혼자 몸으로 와서 벌이가 괜찮으면 서울보다 여유롭게 삽니다. 외벌이로 4인 가족을 데려오면 연봉이 꽤 올라도 빠듯할 수 있습니다.
본인 상황으로 계산해보고 싶다면 내 조건 확인하기에서 가족 구성과 예상 소득을 남겨주세요. 이 글처럼, 계산이 안 맞으면 안 맞는다고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