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이민’을 검색해서 이 글에 오셨을 겁니다. 그런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 검색어 자체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두바이에는 엄밀히 말해 ‘이민’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두바이 이민의 첫 번째 현실, 영주권이 없습니다
캐나다나 호주 이민을 생각해보면 그림이 이렇습니다. 몇 년 살고, 영주권 받고, 원하면 시민권까지. UAE에는 이 사다리가 없습니다. 일반 외국인에게 귀화나 영주권으로 가는 제도적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바이 인구의 90%가 외국인인데, 그 90% 전원이 기한이 정해진 비자로 살아갑니다. 회사가 스폰서인 취업비자든, 부동산으로 받는 10년 골든비자든, 본질은 같습니다. 갱신되는 동안만 사는 겁니다.
이게 실감 나는 순간은 노후를 생각할 때입니다. 두바이는 은퇴 비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건이 계속 붙고, 결국 “여기서 늙어 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확답을 주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두바이에 오래 산 사람들도 노후 설계는 대부분 다른 나라 기준으로 합니다. 이민이 아니라, 조건이 유지되는 동안의 체류. 이 프레임을 갖고 시작해야 나머지 계산이 다 정확해집니다.
두바이 이민 비용, 세금 0의 진실과 생활비의 진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소득세 0, 양도세 0, 상속세 0. 이건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고, 버는 금액이 클수록 이 효과는 강력해집니다. 한국에서 최고세율 구간에 있는 사람이라면 두바이행은 그 자체로 연봉이 절반쯤 오르는 셈이니까요.
문제는 세금이 없는 대신 생활비가 세금처럼 걷힌다는 것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혼자 사는 직장인은 월 AED 7,000, 약 290만 원부터 생활이 굴러갑니다. 하지만 아이 둘 있는 4인 가족이 “괜찮은 동네에서, 국제학교 보내면서, 차 굴리며” 사는 기준은 월 AED 35,000~50,000, 약 1,400~2,000만 원입니다. 여기서 제일 큰 덩어리가 학비입니다. 국제학교 두 명이면 연 2,500~5,000만 원이 나갑니다. 두바이에는 한국의 공교육 같은 무상 선택지가 외국인에게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2년 사이 임대료가 20~35% 올랐습니다. 지금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집값 글에, 항목별 생활비 상세는 생활비 글에 다 뜯어놨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세금 0은 진짜다, 다만 그 혜택을 체감하려면 소득이 충분히 커야 한다. 월급 그대로 옮겨오는 이민은 계산이 안 맞을 수 있다.
월급 수준별로 계산이 맞는지, 오퍼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는 두바이 취업 현실 글에 정리했습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것들
돈 얘기 말고도 현실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여름이 깁니다. 6월부터 9월까지 기온이 42~48도를 오가고, 이 넉 달은 사실상 실내에서만 산다고 보면 됩니다. 겨울의 두바이는 천국인데, 그 천국을 여름 넉 달과 묶어서 사는 겁니다.
사람이 계속 떠납니다. 두바이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몇 년 벌고 떠나는 도시라, 1년 차에 사귄 친구가 3년 차에 없는 게 보통입니다. 관계를 쌓고 또 배웅하는 일을 반복하는 피로감은 겪어보기 전엔 체감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한인 커뮤니티도 미국이나 호주와 비교하면 훨씬 작습니다.
그리고 실패 패턴이 정해져 있습니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12~18개월 만에 짐을 싸는 이유는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생활비를 과소평가했고, 학교를 미리 알아보지 않았고, 집을 영상통화로 계약했습니다. 전부 오기 전에 막을 수 있는 것들이고, 두바이 렌트의 독특한 구조는 월세 글에 정리해뒀습니다. 한국 쪽 정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 유지 여부, 건강보험 자격 정리, 해외 체류 신고. 사소해 보이지만 안 해놓으면 나중에 골치가 되는데, 출국 전 체크리스트는 한국에서 정리하고 갈 것들에 따로 담았습니다.
두바이에 실제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보고 싶다면, X(트위터)에서 두바이 거주 한국인 계정들을 팔로우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금융·테크 쪽 이야기를 다루는 Dubabo(@xymon7777777) 같은 계정이 한 예입니다. 광고가 아니라 살고 있는 사람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참고가 됩니다.
그래서 두바이 이민, 누구에게 맞는 선택인가
제 결론은 명확한 편입니다. 두바이가 유리한 사람: 소득이나 자산이 커서 세금이 실제로 아픈 사람, 사업이나 투자로 돈이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 원격으로 일하며 거점을 고르는 사람. 이들에게 두바이는 세계에서 계산이 가장 잘 맞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골든비자까지 엮으면 체류 기반도 안정적입니다.
반대로 외벌이 월급으로 4인 가족을 데리고 오는 그림이라면,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합니다. 연봉 인상분이 학비와 임대료로 그대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고, 그 상태에서 여름 넉 달과 외로움까지 이겨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두바이 이민”보다 “전략적 체류”라는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주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 뼈를 묻으러 가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는 동안 세금과 기회의 이점을 최대로 쓰는 것. 그 전략의 축이 되는 게 거주 기반, 즉 부동산이고, 이 블로그가 다루는 주제가 그것입니다.
본인 상황에서 계산이 맞는지 궁금하다면 내 조건 확인하기에서 상황을 남겨주세요. 이 글처럼, 아닌 것 같으면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